서울의 한 저녁,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던 시간.
그녀는 홀로 남겨진 공간에서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났다.
배우 김새론.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에 삶을 마감한 그녀의 이야기가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 저녁 5시쯤, 서울 성동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녀. 한때 천진난만한 미소를 머금고 스크린 속에서 빛나던 소녀는 이제 어딘가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을까.
경찰에 따르면, 그녀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친구였다. 미리 약속이 잡혀 있던 친구가 그녀의 집을 찾았고, 그곳에서 더 이상 숨 쉬지 않는 그녀를 발견했다. 곧바로 경찰이 신고되었고, 신속한 조사가 이루어졌다. 현재까지 외부 침입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범죄 혐의점 또한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 그녀를 이토록 깊은 어둠 속으로 몰아넣었는지,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혀내기 위한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새론이라는 이름. 누군가는 아직도 <아저씨> 속 그 눈망울을 기억할 것이다. 작은 체구 속에서도 놀라운 연기력을 발휘하며, 그녀는 자신만의 자리를 단단히 잡아가던 배우였다. 하지만 인생은 영화처럼 단순한 기승전결을 갖추지 않는다. 때론 길을 잃고, 때론 무거운 현실 속에서 허우적대기도 한다. 김새론 역시 그랬을 것이다. 음주운전 논란 이후 세상의 시선은 차가웠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실수를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한 개인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기도 한다.
그녀는 조용했다. 논란 이후, 한동안 SNS도, 공식적인 활동도 없었다. 대중의 시선 속에서 사라진 그녀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까. 괜찮다고 말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일어나야 한다고 다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지친 마음은 점점 무너져 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볼 수 없는 그 깊은 어둠 속에서, 그녀는 얼마나 힘겨웠을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무거운 시선 속에서 흔들릴 필요가 없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아무런 소리도 없는 그곳에서, 이제야 비로소 편안해졌을까. 하지만 남겨진 이들은 아직 혼란스럽다. 그녀를 사랑했던 가족, 친구, 그리고 그녀의 연기를 기억하는 수많은 팬들은 이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왜?"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겠지만, 때로는 답을 찾을 수 없는 물음도 있는 법이다. 그녀의 인생이 영화였다면, 우리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전에 더 많은 장면을 보고 싶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접었다.
삶이 버거울 때, 누구에게라도 손을 뻗을 수 있어야 한다.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단 한 마디의 위로가, 단 한 사람의 손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혹여라도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비슷한 감정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부디 기억하길 바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마음이 괴롭고, 도망치고 싶을 때,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언제든 손을 내밀어도 좋다. 자살 예방 상담전화 ☎109는 24시간 열려 있다. 누군가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김새론 씨, 부디 그곳에서는 편안하기를.
당신의 연기를 사랑했던 많은 이들이,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